의사포털사이트에 올라오는 임대 분양란에서 지금 개원한 곳에 근처에 나왔던 상가가 임대완료되었다는 것을 보고 오늘도 개원초보의사는 심장이 쿵 내려 앉았습니다. 경쟁업체가 들어오는 것은 아닐까 근심이 생기네요. 개원의사에게 개원 자리는 정말 중요합니다. 경쟁은 없고 환자는 많은 자리를 꿈꾸게 되니까요.
개원하기로 마음 먹고 자리를 찾았을 때 거주지에서 당시 근무지 사이의 여러장소를 보았는데 선뜻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. 그러다가 이직을 하고 새로운 분야로 진료 범위를 넓히다 보니 개원장소 찾기는 더 어려웠습니다. 살 집을 구하듯 시간이 날때마다 여기저기 임장다니며 자리를 보았으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제게는 벅찼습니다. 그래서 생각을 바꾸고 양도로 나온 자리 들을 보기 시작했습니다. (불필요한 오해를 막기위해 지명은 임의로 정했습니다.) 그러다가 올해 초 이태리구 피자동에 나온 통증의학과 의원이 양도 매물로 나왔습니다. 보자마자 연락했고 그날 가서 자리를 보고 가계약하고 1주일만에 본계약까지 마치고 건물주와의 임대계약만을 남겨 두었습니다. 권리금도 무리하지 않고 준비할 수 있는 수준이였고 인테리어도 2-3년 밖에 되지 않아 간판만 바꾸면 되는 그런 자리여서 개업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이 줄어 다행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. 그런데 사전에 협의가 되었던 줄 알았는데 건물에 있는 타 의원에서 진료과목 상충에 클레임을 걸어서 임대계약전에 파토가 나버렸습니다. 순진하게 계약서에 배상조항 같은 것을 넣지 않았는데 막상 넣었다고 해도 같은 의사끼리 배상금을 받기에는 껄그러웠을 것 같습니다. 양도 하려던 선생님도 당황하셔서 바로 권리금을 돌려주시긴 했는데 막상 내 병원이라고 생각했던 피자동의 자리가 사라지니 마음이 많이 허해졌습니다.
그렇게 상심의 시간이 지나고 태국구 똠양꽁동에 또 새로운 정형외과 양도자리가 올라왔습니다. 이번에는 권리금도 없었습니다. 그런데 사정이 있는 곳이였습니다. 주위에 이미 병의원이 많아 경쟁은 심할 수 있지만 오래된 자리고 권리금이 없으니 이번에도 보자마자 달려가 제가 그 자리를 받겠다고 선언했습니다. 양도하시려는 정형외과 선생님도 좋은 분이였는데 행정적인 문제로 지연이 될 수 있으나 1개월 이내면 끝난다고 하여 저는 그말을 믿고 당시 일하는 병원에 그만둘 날짜를 이야기했는데... 1개월이 다 되어가도 연락이 없어서 연락드렸더니 생각보다 행정절차가 지연이되어 날짜를 확답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는 답을 들었습니다. 여기도 무상으로 넘겨받다보니 따로 계약서를 쓰지는 않고 구두로만 조율했던 터라 속이 타 들어갔습니다. 이미 일하는 곳에는 나갈 날짜를 말해놓았고 어찌해야 고민하던 차에 지금 개원자리에 도 양도글을 보게 되었습니다. 영등포구 칼국수동에 말입니다. 여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. 개원초보의사의 탄생은 말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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환승역에서 내려서 걸어서 7-8분 낯선 거리에 낯선 사람들 속에서 두근거리는 가슴을 달래가며 목적지에 도달했습니다. 건물외관은 다행히 깨끗했습니다. 간판이 별로 없...